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경주여행



뜻하지 않았던 경주 여행길.


9일 포항으로 우여곡절을 거쳐 출장길에 나섰다.
사전에 올라오는 길 검색을 하고 예약을 했을 때는 여행은 머리속에 콩알만하게도 자리하지 않았다.
마냥 피곤했고 그저 올라오고 싶었다.
그러나 김해공항에서 포항으로 가는 경상도 길의 구석구석에 자리한 아름다움이 그냥 여행을 저지르라고 충동질 했다.
그리고 충동에 따랐다.


일을 마치고 영덕에 가서 바다비린내를 맡고 대게도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차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경주에 가겠다고 해서 무서울 정도로 한적한 편의점 앞에서 1시간 기다리다가 기괴하고 우습게 신발파는 차도 봤다.
경주에선 우리의 대화를 들은 택시운전기사의 센스있게 내민 콜택시 명함으로 친절하고 재밌는 택시기사 아저씨도 만나서 싸고 따뜻한 여관도 갈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에 적당하게 일어나서 안압지를 먼저 갔다.
처음봤던 모습은 예상과는 다르게 별로라서 같이 간 동료에게 슬쩍 미안해지려고 했으나 한 바퀴 돌면서 동료가 만족하게 웃어서 다행이었다.


안압지 근처의 선덕사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불국사로 향했다.
역시 단체로 우르르 몰려온 수학여행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천 년의 시간동안 그렇게 낡고 약해 보이는 건물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중간에 쉼도 없이 석굴암으로 향했다.
김대성은 천재 예술가였고 지독한 건축소장이었던 것 같다고 동료와 뒷담화를 했다.
장소마다 사진도 찍고 싶으면 찍고 생각안나면 그냥 넘어가고 그렇게 시간과 장소를 즐겼다.
나중에는 동료와 둘이 함께 찍은 사진도 없다는 것에 둘다 화들짝 놀랬지만 말이다.
고즈넉하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거짓말 같았던 시간.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로드

저자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대구 출장길에 정현 언니한테 빌려서 오는 KTX 안에서 읽기 시작해서 이틀인가 걸린 것 같다.



지구 문명이 망하고

인류도 거의 멸종해 가는 어느 시점에서의 아버지와 아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성서에 비유되는지는 모르겠고

홉스가 전제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해서 식은땀이 나고 소름이 끼쳤다.


물질 문명이 이렇게 가다보면 다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요즘이었는데

그 망할 것 같다는 것, 이후를 마치 겪어본 것 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갱도에 떨어지는 것처럼 암울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무질서와 혼란과 배고픔이 가득차있던 시간속에서

아이는 묻는다.

"우리는 좋은 사람인가요?"

더 깊숙이 묻는다.

"우리는 계속 좋은 사람이겠지요?"

그런 시대에서 악의 존재로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워지는처럼 그런 시대에도 선의 존재로 남으려고 묻는 것도 사람에게는 본능이다.


하지만

도덕도, 정의도, 질서도

패스추리의 층층처럼 차이가 없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다.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박주원 1집- 집시의 시간을 직접 듣다.

어제 홍대 에반스에서 연주한다는 얘길 듣고 동생과 남편과 다녀왔다.

가기전까지 갑자기 출장에, 남편 친구들 방문에

여러 일들이 겹쳐서 압박 받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모든 걸 다 해보려고 다 잘 지켜보려고 했는데

남편 친구들한테는 소홀하게 한 것이 아닌지,,

동료한테는 부담을 지운게 아닌지 정말 마음이 갈팡질팡이었다.

한편, 노력하는데도 내 노력대로 풀리지 않고 판단 받는 것 같아 속상하고 열도 받았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받고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도 풀렸다. 흐물흐물하게.

박주원씨는 생각과는 다르게 쫀득한 입담을 과시했다.

다만, 긴장 때문에 그런건지, 마지막에는 과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박주원씨의 연주는 화려하고 유연한 손놀림이였고, 멜로디와 리듬은 정열적이면서도 어딘가 애잔한 구석이 있었다.

약 2시간이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아름다운 음악은 결핍을 채워주고 여유를 갖게 해준다.


그러나

좋은 음악가는 거리를 두고 보는 게 좋다.

적당한 거리는 모든 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다.


어쨌든

스트레스 만땅인 요즘의 위로는 박주원 1집이다.

집시의 시간이 나의 시간으로 왔다.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걱정은 미리 하지 말자

많은 일이 있지만

차근차근히 해가면 된다.

순서를 정하고 그렇게 하나씩 해서 제거해가면 된다.

그렇게 부딪혀보고 하다보면 멀리서 보는 것처럼 하기 전처럼 무섭고 거대하지 않다.

그러니까 걱정은 미리 하지 말자.

그리고 스트레스도 미리 받지 말자.


그런데도

이렇게도 잘 알고 있는데도

꼭 먼저 걱정하고 먼저 스트레스 팍팍 받는다. ㅠㅡㅠ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찰리와 초컬릿공장


이틀전에 다 읽었다.

좀 더 빨리 읽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의 부작용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기에 읽는 것을 더디하고자 노력했다.

공복 아침에 읽으면 초컬릿이 땡겨서 전철 내리고 사무실 가는 길에 꼭 도브 헤이즐넛 초컬릿을 사가지고 가게 만들었단 말이지.

조니뎁 주연의 영화와는 다른 결말이라는 걸 알았다.

여튼 기묘한 책이다.

결코 동화라고 할 수 없는 그런 내용과 4명의 어린이에 대한 그의 결론.

미스터 월리웡카는 물질 문명의 폭력성과 이기적인 면모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아이들을 벌하고서는 그렇다고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았다.

이건 곱씹을 수록 묘하고 이상했다.

선인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악마적인.
권선징악의 내용을 그처럼 명쾌하면서도 명쾌하지 않는 분위기로 풀어가는 점은 대중적이기보라는 매니아틱한데 그렇게 알려지고 인정받은 것이 또 한편으로 기묘하다..

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이사완료

블로그도

집도 이사했다.

이사는 고되고 어렵고 마음이 축축해지는 것이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지 않는 한.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Black like me/ John Howard Griffin

Black like me/ John Howard Griffin 2009.06.24 09:54

요즘 전철에서 읽고 있는 책
1950년대
인종차별주의가 당연하던 그 때에
백인 컬럼리스트가 흑인처럼 피부에 조치를 하고(pigmentation) 흑인처럼 변해서(transformation)
미국 남부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을 정리한 책
무모하게도
원서로 도전했다.
이유는..
한국어 번역본보다 원서(소프트 커버)가 3000원인가 더 쌌기 때문이다. -_-

Ashley J Ashley J Y
2009.07.20 09:43
언제 읽을까 싶었는데 벌써 60페이지를 넘겼다. 전체 180페이지인데 1/3은 지나온 셈. 순전히 전철에서만 읽었고 그나마 어쩔땐 졸고 어쩔땐 음악만 듣고 빼먹은 날도 솔찮은데 이리 읽은 걸 보면 역시 낙수물에 돌패인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하다. 하루 하루 꾸준히 꼭 공부하는 힘의 파괴력을 느낀다할까.

Ashley J Ashley J Y
2009.08.05 14:26
100페이지 돌파. 놀랍도다. 전철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지. 남부가 흑인들을 계속 부당하게 대할 수 있었던 전략은 빚을 지게 하는 거였다. 낮은 임금을 주고 그래서 항상 약간의 빚을 지게 해서 다른 삶을 그려볼 수 없게 한 것. 저자는 히치하이킹 하면서 decent white를 찾지만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한 상태. 하루 종일 물과 음식을 못먹고 여행한 날도 있었다. 히치하이킹이 되었던 백인은 남부 출신이 아니었고, 여행하면서 만난 어떤 백인은 흑인은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얘기도 한다. 여행 중, 직업을 구해보려 했더니 안된다고 한다. 백인보다 낮은 임금을 제안했더니 그것도 안된다고 했다. 정말 너무들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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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에 다 읽었다. ㅎㅎ